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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orite ]/-뇌- 심리학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 도서 -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바로 '무의식'이다. '무의식'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유의지에 관한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자신의 뇌에 명령을 내려서 움직인다. 하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밝혀졌다. 사실은 무의식이 결정을 하고, 의식은 그 결정을 설명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신경과학의 최근 실험들은 우리의 뇌가 우리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지,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명령을 내리는 주체는 뇌이며, 인간의 자유 의지는 사후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수단일 뿐이거나 단순히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11쪽)." 


저자는 이 '무의식'을 '잠재의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러한 '잠재의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잠재의식'을 조종해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러한 조종이 얼마나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특히 저자가 소개한 마케팅 광고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심리 조종 기법들은 참으로 교묘하고 치밀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성적인 욕망을 자극해서 술을 찾게 만드는 방식의 주류광고와 공포를 자극하고 구원의 수단으로 담배를 제안하는 방식의 담배광고에 대한 분석은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이 아니라 마케팅 광고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직접 밝히고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공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는 집단 세뇌나 미국 정부에서 실제로 시행했었던 세뇌를 통한 암살자 훈련, 미국 대통령 선거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암시 요법에 관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아직까지 그러한 심리조종기법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암시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 심리조종에 대한 방어책은 오직 스스로 조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자는 TV광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심리조종에 대해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될 수 있는 한 TV를 멀리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특히 'TV를 켜고 1분이 지나기 전에 뇌파의 상태가 명상 시의 뇌파 상태와 같은 알파파 상태로 바뀌며, 이 상태에서는 광고에 숨겨져 있는 심리조종기법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실로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무의식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이러한 더러운 정보들로부터 자신을 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명상과 호흡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평안하게 유지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고,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고, 일방적 의존이 아니라 상호의존 관계를 맺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개신교 목회자로서 다음과 같은 저자의 언급이 특별히 기억에 남았다. "나는 인류 역사를 거쳐 영적인 실체나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계속돼 왔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다. 고대 무덤 유적지의 인공유물은 사람들이 내세를 믿어왔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좀 더 현대에 들어서는 신경과학자들이 인간의 뇌 안에 종교 중추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믿음은 타고난 것이다. 따라서 무신론자를 양산하려면 사회법과 교육자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무신론은 세뇌의 결과물이기도 하다(126-127쪽)." 이것이 참으로 사실이라면, 이러한 사실야야말로 신의 존재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무의식과 관련된 다양한 과학적 사실들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지만, 심리조종기법에 관한 내용들을 살펴볼 때에는 역겨운 느낌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명상과 호흡을 통해 무의식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결론은 조금은 판에 박힌 대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결론을 주장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우리의 마음(또는 무의식이나 잠재의식)을 다스리는 방법 중에 명상과 호흡을 뛰어넘을 만한 방법은 과연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무의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