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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의 숨겨진 과학

소음의 숨겨진 과학

우리는 흔히 소음은 모두 나쁜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소음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우리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소리와 소음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소음은 소리 중에서 듣기 싫어하는 소리로 정의될 수 있다. 즉, 소음은 다분히 주관적이며 주변 환경 혹은 개인의 기분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경기장에서의 응원소리를 소음이라기보다는 기분 좋은 소리로 들리지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조그만 소리도 신경이 쓰이는 소음으로 여겨질 것이다. 이처럼 소음은 주변 환경에 따라 그리고 소리의 크기에 따라서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소리를 측정하는 센서는 마이크로폰(마이크라고도 함)을 사용하며, 시끄러운 정도를 간단히 수치로 나타내도록 만든 장비가 소음계이다.

 

*소음계(Sound level meter)▶ 소리의 크기를 측정하는 장비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다. 기존에는 바늘 눈금이 움직이는 종류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숫자(60 dBA 등)로 표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소리의 크기를 측정하는 단위는 압력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음압과 가장 높은 음압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데시벨(dB)이라는 단위로 좀 더 쉽게 표현하고 있다.

 

*음압(Sound pressure)▶ 소리에 의한 압력(단위 면적당 힘) 변화로 소리가 클수록 음압도 크다. 스피커 앞에 서 있으면 간혹 진동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소리에 의한 압력 즉, 음압을 느끼는 것이다.

 

소리는 특이하게 어떤 기준값에 대한 상대적인 크기로 표현하고 있다. 이때 기준값은 실험적으로 건강하고 귀에 이상이 없는 20세 전·후의 남녀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 크기로 결정하였는데 이 기준값이 0dB가 된다.

 

한편, 사람의 신체에서 소리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귀이다. 그런데 귀는 같은 크기의 압력일지라도 저주파수 대역에 비해 고주파수 대역에서 더 잘 듣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귀의 민감도를 보정한 의미로 dBA로 dB 뒤에 A라는 표시를 하고 있다. 따라서 소리 혹은 소음이 dBA로 표시되었다면 귀의 특성을 고려한 것임을 뜻한다. 만약 소리를 마이크로폰으로 측정하였다면 이것은 사람의 귀가 아닌 센서로 측정하였기 때문에 dB(혹은 dBZ)로 표시하고 있다.

 

▲사람의 귀는 모든 주파수의 소리를 들을 수 없고, 통상 20Hz~20,000Hz 범위의 소리만을 듣게 된다.

 

사람의 귀는 통상 20Hz~20,000Hz 범위의 소리를 듣게 되며 이것을 ‘가청주파수대역’이라고 부른다.

 

20Hz 이하의 주파수는 초저주파 음이라고 부르는데 귀로 잘 듣지 못하는 영역이고 20,000Hz 이상의 주파수 역시 사람의 귀로 듣기 힘든 영역으로 초음파라고 부른다. 소리를 표현할 때는 주파수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저주파수는 피아노의 왼쪽 부분 (낮은 소리) 그리고 고주파수는 오른쪽 부분(높은 소리)의 소리로 생각하면 된다.

 

*가청주파수대역(Audible frequency range)▶ 사람의 귀는 모든 주파수의 소리를 들을 수 없고 20Hz에서 20,000Hz 범위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는데 이 주파수 범위를 가청주파수대역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개는 20,000Hz 이상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개호르라기는 개만 들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햇빛을 프리즘에 비추면 무지개 색깔이 나타나게 된다. 역으로 무지개 색깔을 모두 합치면 투명한 빛이 된다. 햇빛은 투명하지만 색으로 나타낼 때 백색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구, LED 등도 모두 백색광 즉, 햇빛에 가깝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프리즘을 햇빛에 비추면 무지개 색깔을 내는데 이 무지개 색깔을 모두 합치면 투명한 빛이 된다.

 

이러한 원리를 소리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가청주파수는 20Hz~20,000Hz의 주파수 범위의 소리인데 가청주파수 범위의 소리를 모두 동시에 발생시키면 햇빛처럼 소리에서의 백색음 즉, ‘백색소음’이 되는 것이다.

 

*백색소음(White noise)▶ 20Hz~20,000Hz의 모든 주파수에 대해 같은 음압레벨을 가지는 불규칙(random)한 소음.

 

백색소음은 소나기 소리 혹은 폭포소리 등을 연상하면 된다. 그러면 백색소음을 어떤 곳에 활용이 가능한가?

 

햇빛처럼 투명한 빛이 비추는 곳에서와 빨간색 혹은 노란색의 단일 색이 비추는 곳에 있을 경우 어떤 곳에서 눈이 더 피로할까? 아마도 색이 있는 장소일 것이며 또한 사람들에게도 더 주목을 끌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나는 곳에서와 백색소음이 들리는 곳 중에서 어떤 경우에 더 민감할까? 역시 특정한 소리가 나면 더 관심을 갖게 된다. 학생들이 공부를 할 경우 TV 소리 혹은 대화하는 소리 등이 들리면 공부에 집중이 잘 안되지만 소나기가 오는 경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백색소음을 교실 내에 발생시켜 문제를 푸는 경우에 집중도가 더 향상되었다는 연구도 시도한 바 있으며, 학습효과를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제품으로까지 개발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경우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은데 침실에 백색소음을 들려주게 되면 오히려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좀 더 과학적인 접근도 시도되고 있는데 백색소음을 피시험자들에게 들려주고 뇌파반응 검사를 한 결과 알파파가 상대적으로 증가하여 학습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지고 심리적인 안정도 역시 증가하는 현상을 나타냈다.

 

백색소음의 활용은 실제 사무실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무공간은 넓은 방에 칸막이를 설치하여 개인별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손님들과 대화를 하거나 혹은 전화통화를 할 때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로 업무에 집중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당사자의 경우는 비밀유지가 안되기 때문에 주변에 신경이 쓰이게 된다. 이 때 백색소음을 발생시켜 주면 주변에서 발생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되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소음의 크기(소음레벨)에 따라 느끼는 정도와 인체에 끼치는 영향 (자료출처 : ‘소음도의 인체영향’, 환경부,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우리는 흔히 소음은 모두 나쁜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오히려 필요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 고장 여부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소리이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감상할 경우라도 소리가 없으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앞서의 경우처럼 소음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우리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소리 중에서도 백색소음이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백색소음은 햇빛처럼 자연의 소리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소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될 것은 비록 백색소음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지만 소음레벨이 일정 이상이면 오히려 난청을 유발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백색소음 외에도 ‘핑크소음’, ‘갈색소음’ 등에 대해서도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비록 이들 소음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밝혀진 것이 별로 없지만 소음을 단순히 듣기 싫은 소리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삶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핑크소음(Pink noise)▶ 백색소음처럼 20Hz~20,000Hz 범위의 소음을 포함하지만 주파수가 2배씩 되는 옥타브 밴드 간 비교하면, 주파수가 1/2씩 감소할 때 마다 3dB 씩 계속 음압레벨이 감소한다. 사람 귀는 저주파에서는 고주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못 듣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 귀의 특성에 가깝다. 백색소음은 주파수에 관계없이 음압레벨이 일정하므로 고주파에서는 시끄럽게 들릴 수 있다.

 

*갈색소음(Brown noise)▶ 20Hz~20,000Hz 범위의 소음이지만 옥타브 밴드 간 주파수가 1/2씩 감소할 때 마다 6dB씩 음압레벨이 감소하는 특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500Hz에서의 음압레벨은 1000Hz에서의 음압레벨에 비해 6dB 낮은 값을 갖는다)

 

 

 

글 : 정성수 박사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유동음향센터